[기타] [동화발레] Sleeping Beauty-2

 
다음카페 '달안개의 속삭임' http://cafe.daum.net/moonmist 카링님이 보내주신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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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는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워졌습니다. 요정들의 축복 그대로. 백성들은 생각이 날 때마다 오로라 공주를 칭송했습니다. 그럴수록 왕은 카라보스의 예언 때문에 몹시 불안했습니다.

공주의 16세 생일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생일날 아침에 바느질을 하는 여자 넷이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모습을 산책하던 왕과 왕비가 그것을 목격했습니다. 왕은 부들부들 떨면서 호통을 쳤습니다.

“이 여자들을 모두 사형에 처해라! 이 나라의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닐 터! 여기가 누구 소관이라고 함부로 바늘을 꺼낼 생각을 하는가!”

왕은 노기에 차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여자들은 다름 아닌 카라보스가 보낸 수하들이었는데, 왕을 동요하게 하려고 그런 일을 꾸민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경사로운 날이니 저들을 그만 풀어 주시지요. 여인들이 저렇게 애원하지 않습니까? 자비를 베풀 줄 아는 덕 있는 군주로의 모습을 보여 주세요.”

여왕이 부들부들 떨면서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간청하는 여자들을 불쌍히 여겨 왕에게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지만, 어쩔 수 없이 여자들을 풀어 주라고 지시했습니다.  꽁꽁 묶였던 포박이 풀린 여자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왕의 마음이 바뀌기라도 할세라 황급히 사라졌습니다.
이윽고 성대한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로라 공주의 생일을 맞아,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서 화려한 대열의 왈츠를 추었습니다. 오로라에게 청혼하러 온 각국의 왕자들도 있었습니다. 호화롭게 꾸민 계단에서 사붓이 걸어 내려온 오로라 공주가 신비스러움과 발랄함을 골고루 섞은 춤을 선보였습니다. 그 아름다운 몸놀림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사람들 눈에는 마냥 황홀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모두 찬탄을 보냈습니다.
 저마다 최고로 훌륭한 옷을 차려 입은 왕자들이 나섰고, 왕비는 오로라에게 그 왕자들의 이름과 국적을 소개했습니다. 오로라는 천진하게 왕비에게 안기고 왕의 손등에 살며시 키스한 다음, 왕자들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어디에도 편중되지 않은 지극히 공평하고 의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왕자들은 자기가 더 먼저 확실하게 공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애를 썼습니다. 번쩍거리는 형형색색 보석들, 그 나라에서만 생산되는 진귀한 과일, 최고의 옷감으로 지어 값나가는 장식까지 붙인 화려한 드레스, 신기한 골동품, 은은하고 깊은 소리를 내는 악기, 선홍색 루비와 순금으로 만든 목걸이, 사파이어 귀걸이와 바다색의 에메랄드 팔찌, 햇살의 입자를 심은 듯하게 찬란한 다이아몬드 반지 등 온갖 큰 선물들을 대령했습니다. 그러나 오로라 공주는 인위적으로 치장만 요란하게 한 선물에 눈독을 들이는 가벼운 공주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런 건 저에게 너무 과분해요.”

왕자들은 저런 선물로는 오로라 공주의 눈을 현혹시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에 한 왕자가 허리띠에 끼워 두었던 분홍빛 장미를 꺼내어 살짝 내밀었습니다. 촉촉함이 그대로 남아 있고 향긋함이 담뿍 담긴 장미 한 송이였습니다. 이 제스처가 효과가 있었습니다. 오로라는 방긋 웃으며 새처럼 높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화답했습니다.

“어머나, 정말 예쁜 장미네요! 고맙게 잘 받을게요.”

다른 왕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너도나도 분홍빛의 장미 한 송이를 내밀었습니다. 오로라는 차례차례 하나씩 받았습니다. 손을 살며시 한 왕자의 손에 내려놓고 장미를 우아하게 받은 다음, 다음 왕자에게 다가가 장미를 받은 후 여왕에게 장미를 건넸습니다. 왕자들에게 차례차례 손을 맡기는 동안에도 공주는 기품을 잃지 않는 동시에, 어느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표정을 유지했습니다.

오로라 공주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솔로를 추었습니다. 실로 사랑스럽고 어여쁜 동작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애처로움도 보였습니다. 열 여섯, 이 얼마나 어린 나이란 말입니까. 만일 공주의 신분이 아니었더라면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웃음짓고 부모님 밑에서 어리광을 부릴 나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로라는 공주라는 이유만으로 평생의 배우자를 간택한 후, 이제 나라를 다스릴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잠시나마 평온하고 아늑했던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과는 이별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드라운 장미 꽃잎에 사붓이 내려앉는 청초한 이슬방울처럼 가벼운 발 동작, 장밋빛 실바람을 자기 품으로 끌어안기라도 하듯 나긋나긋한 팔 동작, 고운 물결이 퍼지고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오르며 꽃봉오리가 터지는 장면이라고 해도 지금의 오로라의 아름다움에 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왕자들은 그 사이에도 오로라의 환심을 사려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오로라는 그 왕자들에게 손을 맡길 듯 하면서도 결국은 새침하게 혼자 춤을 추었습니다. 오로라가 춤 하나를 마치고, 또 다른 춤을 추고 있을 때 한 노파가 꽃다발을 들고 와서 오로라에게 내밀었습니다.

“할머니, 이거 저에게 주시는 거예요? 정말 탐스러워요!”

생글생글 웃으면서 꽃다발을 받아 들고 춤추는 오로라를 보고 그 노파는 돌연 어색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노파는 사실 분장한 카라보스였던 것입니다. 꽃다발을 빙글빙글 돌리던 오로라는 그 안에 숨겨진 가시에 찔려서 비척거렸습니다.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 진정을 시킨 다음에 계속 춤을 추려던 오로라는 몇 발짝도 못 버티고 주저앉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와서 부축했지만, 오로라는 맥없이 쓰러져서 눈을 감았습니다.

“대체 누구냐! 여봐라, 이 노파를 잡아서 당장 사형에 처하라!”

왕이 불같이 화를 냄과 동시에 카라보스가 본연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람들이 흠칫 놀랐고, 왕은 주춤대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내가 말했지? 공주는 16살이 되는 생일과 동시에 손가락을 찔려서 죽을 거라고! 내 예언은 틀리지 않아. 당신이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키운 공주는 죽은 거야. 꼴 좋다!”

네 왕자가 일제히 칼을 뽑아서 카라보스를 처치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시커먼 연기가 땅에서부터 올라오고 그 사이로 카라보스는 사라졌습니다. 기분 나쁜 히죽거림만 남겨 두고 말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슬픔에 잠겨서 통곡을 할 기세였는데, 어디선가 보랏빛 긴 드레스를 차려 입은 라일락 요정이 나타나서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오로라 공주는 돌아가신 것이 아니에요. 단지 잠드셨을 뿐입니다. 제가 약속했지 않았습니까?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백년 후, 공주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왕자님이 와서 깨울 것입니다. 자, 공주님이 편안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옮겨야지요. 침대에 눕히세요.”

사람들이 오로라 공주를 조심스레 들어서 공주의 침대로 옮겼습니다. 공주가 무사히 눕자 라일락 요정이 모든 사람들을 잠재웠습니다. 성문 앞을 지키던 병사들도, 요리를 하던 요리사들도, 여기저기 있던 시녀들도, 모두모두 잠들었습니다. 왕과 왕비도 물론 깊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궁전 전체의 불이 꺼졌습니다. 라일락 요정은 궁전을 장미로 뒤덮었습니다. 햇빛이 궁전을 비추지 못하게 되었고 길다란 풀과 나무들이 쑥쑥 자라서 궁전의 모습을 감췄습니다. 힘찬 가시덩굴과 어둑어둑한 수풀에 뒤덮인 궁전은 이제 다시 밝은 빛으로 인도할 왕자님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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