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를 보는 관객들이 가장 많이 갖는 궁금증의 하나가 ‘어떻게 어지럽지 않게 넘어지지 않고 무용수들이 턴을 돌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발레에는 '훼떼(fouette)’라고 동작이 있다. 훼떼는 ‘회초리로 때린다’는 뜻으로 이 동작은 한 다리를 들어 회초리처럼 휘두르면서 빙글빙글 도는 동작이다.
발레리나는 무려 32차례나 훼떼를 돌수 있다.
어지럽지 않게 넘어지지 않고 32차례나 회전을 할수 있는 비결은 시선을 한 군데로 모으는 것이다. 발레리나는 훼떼를 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한 점을 정하고 줄곧 그곳에 시선을 둔다.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무용수는 대개 무대에서 관객석 쪽을 향해 섰을 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어느 한곳을 바라본다.따라서 훼떼를 하는 무용수를 관객석에 앉아 관찰하면 머리가 거의 항상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용수의 머리는 가장 늦게 돌기 시작해 가장 먼저 제자리로 돌아온다. 관객석 어딘가에 정해놓은 한 점을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또 훼떼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추진력을 얻는 비결은 팔과 다리의 동작에 있다. 두 팔을 활짝 폈다가 다시 오므리는 것을 반복하며 무용수는 계속 회전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는다. 회초리처럼 한쪽 다리를 휘두르는 것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다.
훼떼는 1894년 이탈리아 발레리나 피에리나 레냐니가 ‘신데렐라’에서 처음 선보였다. 1년 뒤 러시아의 발레리나 마리우스 프티파가 레냐니의 훼떼를 ‘백조의 호수’에 도입했다. 이때부터 훼떼는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백조의 호수’ 3막에서 흑조 오딜이 하는 훼떼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극중에서 오딜은 백조 오데트만을 그리워하는 왕자를 유혹하기 위해 훼떼를 한다. 32차례를 완벽하게 돌며 마음껏 아름다움을 뽐내면서 왕자의 마음을 얻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다.
-국립발레단 ‘즐거워라 발레’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