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동화발레] 지젤-2다음카페 '달안개의 속삭임' http://cafe.daum.net/moonmist 카링님이 보내주신 자료입니다.
---------------------------------------------------------------------------------------- 적막한 깊은 숲에 파르무레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가련한 지젤의 무덤에는 풀이 들쑥날쑥 나 있었고 대리석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순결했던 지젤의 사랑을 대변하듯 흰 대리석이었습니다. 그 위엔 어여쁜 지젤을 닮은 들꽃이 사붓이 올려져 있었습니다. 사냥꾼들은 괴이한 낌새를 느끼고 너도나도 도망쳤습니다. 윌리가 나온다는 깊은 숲까지 쉬러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자 허둥지둥 빠져나가느라 바빴습니다. 죄책감에 지젤의 무덤을 돌보며 전전긍긍하던 힐라리온도 그들의 뒤를 따라 엉거주춤 뒤를 돌아보며 나갔습니다. 아슴푸레한 안개가 뽀얗게 피어 올라 숲을 뒤덮었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도깨비불이 조금씩 빛을 발했고, 그 사이에서 윌리들의 여왕, 미르타가 등장했습니다. 새파란 밤을 짙게 뒤덮은 자작나무 사이로 등장한 미르타가 얼굴을 가린 엷은 베일에 비친 표정은 더없이 구슬픈 모습이었습니다. 하얀 꽃 몇 송이를 허공을 향해 내던지자 여기저기서 윌리들이 살며시 나와 합세해서 춤을 추었습니다. 두 윌리가 우선 생전에 살던 고국의 향기가 엿보이는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많은 윌리가 미르타를 둘러싸고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자태를 보였습니다. 질서정연한 윌리들의 군무가 끝난 후, 미르타가 새로운 윌리를 소개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젤이었습니다. 지젤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무덤 속에서 나왔습니다. 가슴 부분에 두 손을 마주 얹고 시선을 살짝 밑으로 향한 지젤은 미르타의 손동작 하나로 윌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윌리들은 새로운 동료가 늘어난 것에 기뻐서 다함께 환영하는 춤을 추었고, 지젤도 그 속에 함께 어우러져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춤에 몰두하던 윌리들이 갑자기 춤을 멈추었습니다. 사람의 흔적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미르타의 지시에 따라 윌리들은 제각기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 사람은 지젤의 죽음을 슬퍼하는 알브레히트와 주인의 신상이 염려되어 두려운 마음에 따라온 부하 윌프리드였습니다.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무덤으로 다가가자, 윌프레드가 넌지시 말렸습니다. “주인님, 이제 그만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텐데요. 여기는 위험합니다.” 하지만, 알브레히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의 미동도 없이 지젤의 무덤을 돌보는 알브레히트 곁에서 쩔쩔매던 윌프레드는 하는 수 없이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다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알브레히트는 새하얀 꽃을 지젤의 무덤 앞에 살며시 놓았습니다. 그 때에, 파르스름한 달빛을 타고 지젤의 환영이 나타났습니다. 알브레히트가 뭐에 홀린 듯, 손을 내밀어서 지젤을 잡으려 했지만 지젤은 공기 중으로 잦아들었습니다. 무아지경에 빠져 고개를 기웃거리자 이번엔 다른 곳에서 또 지젤의 환영이 보였습니다. 지젤의 환영에 농락당한 그는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알브레히트는 거의 미친 듯이 그 환영을 좇아 정신없이 깊은 숲 안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한편, 숲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힐라리온은 윌리들에게 붙잡혀서 쫓기고 있었습니다. 윌리들은 힐라리온을 붙들고 지칠 때까지 춤을 추게 하기도 하고 저마다 밀치고 끌어당겼습니다. 힐라리온은 숨을 몰아쉬며 두 손을 모아 미르타 앞에서 제발 목숨만은 살려 달라며 애걸복걸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미르타는 가차없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힐라리온을 삿대질하며 윌리들을 향해 명령했습니다.
윌리들은 미르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힐라리온을 끌고 가서 물가에 밀어 넣었습니다. 풍덩 소리와 함께 크나큰 물살이 힐라리온을 삼켰습니다. 윌리들은 또 다른 남자가 근처에 있다는 낌새를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이윽고 알브레히트가 윌리 몇에 의해 끌려서 나타났습니다. “앗, 여왕님. 이 사람만은 살려 주세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제발 죽이지 말고 보내 주세요. 네?” 지젤은 눈물을 흘리며 미르타 앞에서 애원했으나 미르타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서는 지젤에게 유혹의 춤을 추라고 명령했습니다. 이 유혹의 춤은 남자들이 힘이 소진될 때까지 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춤입니다. 지젤은 하는 수 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알브레히트도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따라 추었습니다.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손을 잡고 속삭였습니다. “얼른 내 무덤 앞 십자가 앞에 가서 서세요. 그러지 않으면 죽어요. 빨리요.” 그 말을 들은 알브레히트가 십자가로 가자 미르타와 다른 윌리들은 움찔했습니다. 십자가 앞에서는 미르타의 마법도 소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르타는 화가 나서 알브레히트를 십자가 근처에서 떼어 놓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지젤은 간절한 마음으로 춤을 추었습니다. 알브레히트는 지젤에 이끌려 함께 춤을 추었고 지젤은 최대한으로 시간을 끌었습니다. 알브레히트를 살리기 위한 애절한 춤은 알브레히트를 죽이라고 명령한 미르타조차 주춤하고 바라보게 될 정도로 숭고했습니다. 지젤은 사랑의 힘을 모조리 끌어 모아 알브레히트에게 바쳤습니다. 알브레히트가 격렬하게 춤을 추다 슬슬 지치던 시점에, 하늘의 파란 빛이 점점 약해졌습니다. 투명한 새벽이 밝아 오는 것입니다. 여리고 가느다란 빛줄기가 윌리들에게 다가왔고, 윌리들은 힘이 약해져서 그 모습이 점차 흐려지며 하나 둘씩 자신의 무덤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홀로 남은 지젤은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힘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으니 제 무덤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당신은, 항상 행복해야 해요. 아가씨에게로 가세요. 부디, 당신만은…” 알브레히트는 흐느끼며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지젤을 껴안아 무덤 근처까지 갔습니다. 지젤은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하며 무덤 안으로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점점 흐릿해져서 이제는 잔상조차 남아있지 않은 지젤의 자취를 한없이 쫓던 알브레히트는 무덤을 향해 절규하고 또 절규하며 한없이 울부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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