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발레-1 Ballet is...다음카페 '달안개의 속삼임' http://cafe.daum.net/moonmist 카링님이 2005년 1월 일반인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자료입니다.
Ballet is...
발레가 무엇일까요? 확실한 기본기 다지기! 발레교육? 발레의 정의? 발레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봅시다. . 미리 밝혀두겠는데, 중복되거나 비슷한 질문이라거나 객관적으로 판단 불가능한 질문은 제 임의대로 수정했습니다. 그 대신, 질문 내용 자체가 독창적이거나 재미있는 경우엔 그대로 살렸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또한, 여기에 있는 질문 중 일부는 재미를 위해 제 주위의 친구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서 묻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일반인의 질문부터 시작해서, 발레에 차츰 관심이 생긴 분들의 질문으로 구성했답니다.
발레와 다른 무용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다른 무용의 종류가 워낙 광범위하고 영역이 넓기 때문에, 현대무용과 클래식발레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발레는 우선 턴 아웃이라는 기법을 기본으로, 모든 스텝의 시작과 끝이 5가지 발의 포지션 중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획일화가 된 기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무용의 경우는 숨을 쉬거나 걷거나 뛰는 등 일상적인 동작에서 착안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클래식발레는 발끝으로 서는 동작이 있어서 천상을 동경하는 무용이라고 일컫기도 하지요. 높게 점프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 위로 꼿꼿이 올라가는 동작이 많습니다. 허리도 펴야 하고 팔다리도 대부분 일자로 길게 늘여야 합니다. 그래서 발레를 중력을 거부하는 무용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현대무용의 경우엔 인간의 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는 사상이 강합니다. 호흡을 내리기도 하고 중력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때로는 곡예에 가까운 테크닉도 있고, 몸을 밑으로 구부린다거나 바닥에서 구른다거나 땅을 치는 등의 동작도 있습니다.
발레는 3cm의 지면에 발을 고정하는 여자 무용수의 동작부터 시작해서 땅보다는 하늘에 더 가까운 동작을 구사하려는 반면, 현대무용은 그런 것에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발레가 천상을 추구한다면 현대무용은 지상을 추구한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클래식발레엔 스토리가 있으며 의상과 무대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내용에 맞게 어우러져야 하지만, 현대무용의 경우엔 스토리가 없이 몸으로만 전달하는 편입니다. 어떤 줄거리보다는 모티브에 의한 생각이나 느낌 위주입니다. 의상도 간단하며 심지어는 누드에 가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표현 영역이 넓어서, 무대를 이리저리 활주하기만 해도 무용수의 사상에 따라 하나의 작품이 된다고도 합니다. 현대무용은 뼈를 재조명하고 인간의 기본 자세를 부정하며 짜맞추는 클래식발레에 반발해 태동한 무용입니다. 그러나 정형화되고 규격적인 아름다움 속에서 하나의 미학을 완성하는 자체가 클래식발레의 매력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남자가 여자랑 파트너를 이뤄서 발레를 할 때 사랑을 느낄 수 있을까요? 무슨 생각을 주로 하나요? 그리고 실제로 연인 사이로 발전해서 사귀기도 할까요?
-자, 남녀공학 학교나 직장을 가정해 봅시다. 이 가운데 교내커플, 즉 CC로 발전하는 사람도 있고, 사내커플도 있습니다. 타 학교(직장)에 다니는 사람과 사귀기는 사람도 있겠으며, 솔로인 사람도 존재합니다. 그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발레단 내에서도 물론 커플이 있습니다. 발레 역사를 보다 보면 파트너에게 사랑을 느껴서 상사병으로 죽은 무용수도 있고, 안무가나 발레 후원자와 사랑에 빠진 경우도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나오는 발레 작품에서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사랑에 빠진 것처럼 될 것 같다는 달콤한 분홍빛 환상을 가진 분들이 꽤 많은데요. 막상 남자 무용수들은 여성 무용수와 호흡을 맞출 때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 안정적으로 리프트 동작을 하고 서로 최대한 편하게 배려해야 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이성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단,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는 충분히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요. 연습을 하는 과정이라거나 발레단 생활 내에서 정이 싹트고 결혼까지 가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파트너가 외의 다른 단원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전혀 발레와 접점이 없는 일반인과 사랑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독신주의도 있으니까요.
발레는 예체능 중 예술인가요? 체육인가요?
-당연히 예술입니다. 음악 미술 연극 문학 의상 조명 등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서 이룩하는 무용이지요. 특정한 주제나 이야기를 여러 장르를 조화롭게 혼합하여 표현하는 종합예술이지, 신체를 단련하고 운동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록을 재고 경쟁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발레는 춤으로 분위기를 표현하고 특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체육과 방법과 기술도 많이 다릅니다.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등장 인물의 성격을 해석해서 그 이미지와 분위기를 그대로 연기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발레가 연극이나 공연예술 분야에 들어가 있으나, 우리 나라의 많은 대학에서는 무용을 생활체육의 일부로 국한되게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무용교사 자격증도 아동체육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합니다. 국내 발레가 감정표현이나 연기보다는 테크닉 위주로 치우치는 것도 저런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용 과목이 체육 교과(체육 이론책에 무용이 나오는 것은 물론, 체육 교사가 무용을 가르치기도 합니다)에 포함되어 있으며, 음악이나 미술이나 문학처럼 예술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친구의 허락을 받아서 올립니다. 일부 사람들은 발레를 배운 학생들은 체육 점수도 높고 운동신경도 매우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포츠를 하는 근육과 발레를 하는 근육이 일단 다른 것도 있겠지만, 제 친구는 체력장 때마다 긴장 상태였습니다. 유연성 관련 종목은 유일하게 만점이 나오지만, 공을 던지라고 하면 제대로 나가지 않지, 달리기는 거의 뒤에서 놀지, 오래 매달리기는 1초 이상이 나온 역사가 없지, 심지어는 발레 동작 중에 점프가 있어서 능숙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멋대로 생각한 제자리 멀리뛰기 점수조차도 평균 이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친구의 운동신경 저하는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발레를 할 때만은 정말 유려한 표현력과 예쁘고 정돈된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발레가 체육인 줄 알더라, 이렇게 말했더니 그런 절망적인 소리가 어디 있느냐고 하네요.) 아무튼 절대로 발레는 스포츠의 일부분이 아닙니다. 모든 예술 분야를 춤에 접목한 장르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그럼 어째서 체육고등학교가 아닌 예술고등학교에 발레파트가 있겠습니까? 외국에서는 피겨 스케이팅조차 예술의 한 분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용을 예술의 한 분야가 아닌 체육수업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현상이 얼른 바로잡혀야 합니다.
발레는 왜 중계를 하지 않습니까?
-중계는 스포츠에서 하는 것 아닌가요. 위에 밝힌 것처럼, 발레는 스포츠가 아니고 종합예술이며, 음악과 몸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굳이 중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일 무용수의 동작 하나하나를 말로 설명한다면 정신이 산만해서 어떻게 집중을 할 수 있겠어요? 뭐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예를 들어, 저 무용수는 체격조건이 아주 좋네요. 아이고, 턴에서 실수를 했군요. 저런, 포인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리프트가 참 안정적이네요. 의상이 화려해요. (어머, 하다 보니 상당히 즐거운데요. 만일 중계가 있다면 제가 가서 하고 싶어요!) 실제로 저렇게 옆에서 계속 떠든다면 감정을 다잡아야 할 무용수들에게는 상당한 고역이겠지요. 관객들도 발레에 몰입할 수 없어서 곤란하겠고. 아 참, 발레 시작 전에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20대에 발레인생을 살 수 있습니까?
-이건 개인적인 차이가 많아서 딱 잘라서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20대에 시작해서 대학에 들어가 전공한 사람도 주위에서 많이 봤습니다.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20대에 시작해서 발레 강사로 있는 분들은 꽤 많고, 아마추어 무대를 만들 수도 있겠지요. 남자의 경우엔 희소성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늦게 시작했으면서도 수석무용수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자의 경우엔 대부분 10살 전후에 무용을 시작하기 때문에 그런 자리까지 가는 것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발레라는 것이 조건이 많기 때문에 뒷받침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금전적인 문제라거나, 신체적인 것이라거나, 몸의 탄력이나 유연성 등, 순탄한 길은 아니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끈기와 의지가 견고하게 다져 있어야 하겠지요. 요즘엔 발레학원에 성인반도 많이 생겼으니 직접 방문을 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굳이 전공이 아니라 취미로 배우신다고 해도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발레를 시켜 보고 싶은데 지금 너무 어려서 망설여집니다. 언제부터 시키는 게 좋을까요? 자세 교정에도 효과가 있을까요?
-7세 미만의 경우엔 정식적인 발레교육보다는 유연성을 기른다거나 아주 기본적인 과정을 익히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본격적으로 시키려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라도 늦지 않답니다. 빨리 배울수록 좋긴 하지만, 오히려 너무 어릴 때 시켰다가 흥미를 끌지 못하면 역효과가 나기도 하더군요. 어린 시절의 발레교육은 테크닉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즐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상하고 좋은 선생님을 찾아서 즐겁게 배우게 하다가 아이가 정말 발레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결심이 선 듯하면, 조금 더 전문적인 학원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아, 느슨하게 대강 배우면 자세 교정의 효과고 뭐고 다 소용이 없습니다. 학원을 선택할 때 신중하셔야 합니다. 요새 인터넷에 학원 홈페이지나 카페도 많이 개설되어 있으니 들어가셔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상담을 받아 보시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발레에도 세계 대회 같은 게 있어요?
-물론입니다. 일단 가장 권위가 있다고 일컬어지는 세계 4대 발레 콩쿠르만 나열하겠습니다. 1964년 최초로 창설된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를 필두로, 모스크바 발레콩쿠르. 파리 국제무용콩쿠르, USA(잭슨) 국제발레콩쿠르가 있습니다. 그리고 2004년 8월,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는 제 1회 서울국제무용콩쿠르가 열렸었습니다. (2005년 올해 7월에 2회 예선이 열립니다!)
원래 있던 발레만 해요? 아니면 새로운 발레도 있나요?
-물론 창작발레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우리 나라의 발레 중엔,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고전 이야기를 발레예술로 승화시켜 세계적으로도 인정 받는 작품이지요. 창작발레는 클래식발레보다 폭이 높고, 음악도 제한되어 있지 않으며, 현대적인 해석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좀 협의적으로 보자면 학원에서 발표회를 할 때 선생님들이 안무를 짜는 것도 창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회를 위해 학생들이 작품을 받을 때, 그 학생에게 어울리는 작품을 짜기도 합니다. 보통 콩쿠르에는 클래식부문과 창작부문이 따로 있지요. 창작 작품은 다른 여러 장르가 혼합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많이 알려진 고전발레를 다른 시선으로 리메이크해서 정말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줄거리가 뚜렷하게 있지 않은 경우도 많으며, 틀을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기존의 발레보다 풍부한 기교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한국 발레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다른 서구 국가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계 4대 콩쿠르를 비롯해, 여러 세계 국제대회에서 상위 입상한 한국 무용수들이 위상을 높이고 있으며, 유명 콩쿠르에 한국 발레계의 저명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초청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 근래 몇 년 한국 청소년들이 유명 콩쿠르에서 대거 입상해서 경사가 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 발레단에 정식 단원으로 있는 한국인도 많습니다. 특히, 볼쇼이의 배주윤이나 슈투트가르트의 강수진은 둘 다 동양인 최초로 발레단에 입단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주윤님은 외국인을 받아 주지 않기로 유명한 볼쇼이에서 유일한 외국인 단원이고 강수진님은 슈투트가르트의 유일한 종신단원입니다. 그 외에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김용걸님,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김지영님, 키로프의 유일한 외국인인 유지연님, 스웨덴왕립발레단의 전은선님 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세계 속에서 한국 국적의 발레 무용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은 괄목할 만합니다.
우리 나라는 아무래도 외국보다는 뒤지겠지, 원래 발레는 서양 사람들이나 하는 무용이니까, 이런 식으로 열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값비싼 내한공연은 문화생활이라는 명목 하에 꼭 보면서, 국내 발레단 공연은 아무래도 그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일부러 가서 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는 분들도 주위에 많아서 씁쓸합니다. 한국 발레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객의 꾸준한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질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은 애호가들의 몫입니다. 이미 애호가인 분들은 한국 발레를 위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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